헤어진다는 행위는 사랑이라는 행위와 분리할 수 없는, 그냥 하나. 손석구의 천국 너머.

석구 천국


광택감 있는 트렌치코트와 셔츠는 버버리(Burberry).


포플린 소재의 해링턴 재킷과 지퍼 디테일 체크 팬츠, 프린지 로퍼는 모두 버버리(Burberry).



체크 아노락 점퍼와 카고 팬츠, 레더 스트랩 슈즈는 모두 버버리(Burberry).

난데없이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한적한 호텔이었잖아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할 것 같지 않고.
되게 무심하게 오셔서 치고 가시던데요. 좋았어요. 어떤 사건이 일어나서 이 호텔에 몇 명만 남은 거예요. 그래서 서로 그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가 벌어지는, 좀 그런 호텔 같아요. 사람도 오늘 잘 안 보였고.

오늘은 버버리를 입고 케이크 촛불도 불고요. 그 모습도 여전해 보였어요.
버버리를 입은 제 모습 그대로 하는 게 서로 좋으니까요. 버버리 나름의 기준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버버리와 저라는 사람의 만남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많은 고민이나 생각보다는 있는 그대로 찍고 싶었어요.

오늘 촬영하면서 계속 느낀 건데, 이야기를 재밌게 하네요.
그래요? 아닙니다. 제가 논리적으로 말하는 걸 잘 못해서.(웃음) 요즘 저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은 것 같거든요. 처음에는 내가 재밌는 이야기를 썼다는 사실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해도, 나중에는 ‘어떻게 해야 가치 있는 이야기가 될까?’ 계속 묻죠. 근데 내가 동요되는 거 있잖아요. ‘이런 이야기라면 내가 변할 수 있을 것 같아’ 같은. 환경오염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를 하더라도 제가 그렇지 않으면 쓸 수 없어요. 사실 요즘은 환경을 많이 생각하게 돼요. 굉장히 사회적인 주제지만, 개인적으로 맞닿아 있고요. 나는 그 앞에서 후회하는 사람인지, 이겨내는 사람인지, 어떤 사람인지. 뭐든 억지로라도 내 안의 사명감을 키우면 도움이 돼요.

...

죽음과 천국 다음엔 무엇이 오나요?
죽음에 대해서, 그러니까 헤어짐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은 없잖아요. 헤어진다는 행위는 사랑이라는 행위와 분리할 수 없는, 그냥 하나예요. 사랑하니까 헤어지는 거고, 헤어질 거니까 사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일 극단적 예가 살아서 사랑하고 죽어서 헤어지는 거고요. 헤어짐이 얼마나 가슴 아픈 건지 아는 사람은 이 드라마가 희망적일 거라고 생각해요. 너머에 뭐가 있구나, 그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 수 있죠.

이젠 무서울 게 없겠네요.
아직도 좀 무섭죠. 저는 죽음을 무서워하는 편이에요. 왜 그럴까 생각해 봤는데, 저는 이 삶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요. 1차원적으로요. 그래도 작품을 하고 난 뒤 ‘이런 천국이 있으면 좋겠다. 진짜 얼마나 좋을까?’ 같은 생각은 요즘 자주 해요. 그런 희망 때문에 쓰레기라도 하나 더 줍고, 좀 착하게 살아야지 다짐하고. 뭐 이런 것도 좋잖아요. 그렇게 살면 천국 너머에서 정말 뭔가 열릴 것 같고요. 그 정도?

Director 뱅(Bang, 방호광)
Editor 타쿠(Taku, 강승엽)
Text 소히(Sohee, 권소희)
Fashion Lee Youngpyo
Photography Kim Sinae
Art 애쉬(Ash, 원영재)
Hair Kongtan
Makeup Seolhee
Assistant 던(Dawn, 위다함), 틸리(Tily, 오혜원)
Location Swiss Grand Hotel

Discover more in KOREA MARCH 2025 issue.